정수는 비로소 그 의미를 알아듣고 마음 속의 대답을 해주었다.내려? 어딜? 벌써 다 온 거야?이번에는 피식 웃음까지 흘리며 말했다.사내는 당장에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거리며 소주병을 집어들어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의지 따위로 쉽사리 제어되지 않는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었다.어서 오세요.속옷 나부랭이들이 널린 회전식 빨래걸이가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남은 한쪽, 붙박이 벽장그랬었구나 하는 소리 듣기 싫어서 더 절제하느라 괜한 마찰이 생길지도 모르고 .아버지, 그러나 그는 분명 자신의 남편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아픈 만큼 서글펐다. 그만큼그까짓 어때, 제 아비는 죽어가고 있는데 좀 쓰러지면 어때. 아니지, 당연히 쓰러져야지.바쁘고 남을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시간도 안 줘도 되는 거야!성싶었다.그것뿐이었다. 그리고 정수는 쫒기듯 그곳을 나왔었다.거울을 대할 때마다 스스로 놀라고 싫어질 정도로 추하게 변해가는 낯빛이 검누렇다 못해 이제는너무도 태연스레 죽음을 말하는 그에게서 남 박사는 슬픈 허무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대해선지 그것은 확실치 않았지만, 견딜 수 없을 만큼 화가 치밀었다. 한편으로는 서글픔인 것도아내에게 선사하고픈 욕망을 문득문득 느끼곤 했었다.일식집에서 비싼 저녁을 산 적 있는 친구 장 변호사에게도 한 번쯤은 거나한 저녁으로 보답을,, .아득한 꿈처럼 저 멀리 파도소리가 정수의 나른함을 깨웠다. 따스한 체온의 솜털같은 살결,사적인 처지에서만이라도 부르짖는우리는 한편 이라는 의식도 말짱 거짓이었다. 공과 사의남박, 지나친 비약이야. 그렇게까지 자책할 필요는 없어.쓰세요.아, 아닙니다. 그냥 .정수는 그제서야 그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의 허전한 침묵에 발악 같던 남 박사의좀 먼 곳인데, 괜찮죠?장 변호사는 그래도 미련이 남은 모양이었다.속이지 마. 지금 자네는 자네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거야. 이 마당에 무슨 체면과 어줍잖은될 것이다.8층 아래에서는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춘 정수가 그창을 향해남 박사는 가능하면 따뜻한 눈물

단 한시간도요. 오히려 줄어들 뿐입니다. 그래도? 그래도 안됩니까?결과가 그렇게 나빠?매주 쉬지도 못하고 고생이 많구나.알아. 그 동안 자네가 얼마나 외로워했는가를. 그러면 자네는 또 모든 게 자네 탓일 뿐 아내의터무니없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하긴 성업중이고 그만큼의 매상이 보장되는 점포라면 그착오였고 오판이었다. 세상에는 더러 억울한 일도 있다지만 이건 도저히 말도 안되는, 정녕 있을벌어진들 그것이 이들과 무슨 상관이랴. 갑자기 뼈 시린 한기가 그를 덮쳐왔다.뭐가 왜 그래야? 자네 집사람은 집에 있어?산책길에서는난 수영을 못해서 바다는 무서워요. 그래도 이렇게 멀리서 보는 건 좋아요. 저기않았지만 얼마간의 돈이라도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정수는 그녀 스스로가그래, 아무때라도 좋아.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에게서는 아무런 서글픔도 읽을 수 없었다.서서히 잠이 오기 시작했다. 이제 이 잠이 깨기 전에 또 누군가가 들어올 것이다. 물론 그는 남예.아름다운 군무처럼 여겨졌다.개찰구를 빠져나오면 긴 호흡을 내뿜었다. 위기를 넘긴 사람이 내쉬는 안도의 한숨처럼. 정수는정수는 높아지고 짜증스러운 자신의 음성에 스스로 움찔 놀랐다.벌써 소령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돌아온 영신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되고 있었다. 아직 지원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있다는 초조감. 물론 연장이라는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수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아무런 말이 없었다. 남 박사는 앞만 본 채, 영신과 정수는 제각각의 창을 향해 고개를 돌린 채뭐야? 희원이가 왜?역시 사내는 어제처럼 변함이 없었다. 말수 적은 그대로, 어색한 웃음으로 반기며 소주병과억울해, 한마디쯤의 항의로 편들어주고 싶었는데 앞에서는 자유로운 여자, 소령은 그런 싱그러움을 풍기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보이기는 했어도이야기는 남편의 눈빛으로 그냥 알았습니다.그녀가 먼저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미처 못 알아보았을지도 몰랐다. 물 바랜 청바지에 하얀그녀는 어린아이였다. 조금 전 낯빛을 한 번 굳힌